바르셀로나, 가우디, pepita

 

지난 2011년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취재여행을 다녀 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과 구엘공원으로 유명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을 접해보고 그 발자취를 더듬으며 그 사람의 창조의 씨앗이란 어떤 것이었는지를 생각하는 여행.
이렇게 말하면 어쩐지 고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물론 건축에는 문외한. 조금도 그런 고상 따위는 없었다….

그 여행에서 접한 것들, 만난 사람들, 그 때 자신 속에 무엇이 보였는지 등을 형태로 만든 책(DVD첨부)이 「pepita」라는 제목으로 12월12일에 나옵니다.( *pepita란 “씨앗”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

의뢰를 받은 것이 언제였는지?
왜, 무엇에 끌려서 이 일을 맡았는지?
찾아 봤더니 올해 연초에 이 일의 발주처 사람과 나 사이를 연결해 주신 분에게 보낸 메일이 나왔다. 알고보니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은 것은 2010년 연말이었던 것 같다. 그 메일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전략)건축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만 카탈루냐와 가우디에는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지만 일로서 그쪽에 도움이 될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우선 봄쯤에 바르셀로나에 갈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후략)…」

내 일이면서도 어쩐지 건성이다. 너무 엉성하다.

다만 그 때 분명히 생각한 것은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의 큰 흐름에 따른 것이라는 것. 막다른 골목의 옆길이 아니라 본류에 있구나라고 어렴풋이 느꼈다.

자신 속에 진행형인 숙제가 몇가지 있다.
“무사시”라는 숙제.
“신란”이라는 숙제.
그 어느 소재도 아직 초입에 들어선 것에 지나지 않고, 숙제라고 하는 것도 건방지지만 자신의 본류 한복판에 있는 소재라고 하는 감각은 있다. 가우디를 접하는 것도 나에게 있어서 그와 같은 흐름 속에 있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뭐라고 할까? 본질에 접하고 싶다는 것이겠지요.
별로 공부하지 않은 학생시절을 보낸 나였지만 사실은 지금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조금씩 솟구쳐 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새삼스럽게 공부하고 싶은 것은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대답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단순한 망상과 구별하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 전제와 같은 것.

원래부터 머리로 지식으로 정보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스케일의 인물들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무사시든 가우디든 그 사람이 어땠는지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조사해서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진실」, 에센스에 도달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그것을 목표로 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 전제에는 사람은 모두 내면을 더듬어 나가면 하나의 광장에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생각이 있다. 그것이 믿을 구석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개인의 삶 속에서 순간 순간에 가우디의 진실에 맞닥뜨릴 수도 있을 터이다. 반대로 그런 것 없이 이러한 일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

머리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로. 느끼면서 맡기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힘을 주거나 자세를 취하면 안된다.
갓난아기 처럼 되고 싶다.
다행히도 즐겁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

아 참, 즐겁게라면 여행 종반에 조금 놀라운 전개가 있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조각가인 브르노씨를 인터뷰했을 때의 일. 그 때 브르노씨는 문의 문짝 원형을 한창 파고 있었는데 그 문짝에는 문자가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문득 나온 이야기의 흐름속에서 일본어도 한 구절 추가하려고 하는데 그 글씨를 써 주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나에게.

예?

육필을 바탕으로 새기면 좋지않겠는가라고.

아니 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문 말이지요? 진짜 문, 예~엣?

글꼴이 아니라 육필로 하는 것이 굵은 곳 가는 곳, 글씨의 표정이 있어서 재미있겠죠.

네, 그건 그렇죠.

그럼 언제 언제까지 써 오세요.

음~~~

정확한 대화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략 이런 흐름이었다. 뭐 반농담으로 들어 두자, 안되면 채택되지 않을거니까 쓸 수 있는대로 쓰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날 밤 호텔방에서 성서의 한 구절을 일본어로 썼다.
현지에서 빌린 붓과 먹으로, 그리고 얻은 종이 뭉치를 전부 다 쓸 때까지 같은 문장을 쓰고는 제일 낫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랐다.

됐습니까 가우디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뭐야 이 전개는? 이 일을 만난 인연은 역시 굵은 것이구나라고 느끼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의 옆길이 아니라 굵은 본류 속에 있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전해 듣는 바에 의하면 그 문은 거의 완성이 가까운 것 같다.


2011년11월4일
이노우에 다케히코